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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폴 오스터는 천재다.” 움베르트 에코도 말했다. “나에겐 두 종류의 문학이 있다. 내 작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품들, 그리고 내가 쓴 작품들. 나는 전자에 폴 오스터를 넣는다.” 『글쓰기를 말하다, 폴 오스터와의 대화』 는 폴 오스터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25년 동안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오스터는 자신의 내면에서 아우성치는 강박과 기억을 글로써 해소하며, 이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독자와의 교감을 통해 이야기가 가진 본질적 힘을 드러낸다. 『죄와 벌』을 열광하며 읽고 ‘이게 소설이라면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열다섯의 오스터, 언제나 오싹한 두려움 속에서 글을 쓴다고 말했던 그는 보상이 거의 없는 글쓰기를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은 글 쓸 때 살아있음을, 행복을 느낀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글쓰기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우리를 선택한다고 말하는 오스터의 글쓰기 세계로 들어가 보자.
생존으로서의 글쓰기
소설을 쓰는 날의 그의 하루는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사이에 시작된다. 오렌지 주스와 차를 마시고, 뉴욕타임스를 읽고, 브루클린의 파크 슬로프에 있는 집을 나선다. 도보로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마련해 둔 조그만 작업실로 가기 위해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렇게 매일 그는 그곳에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오스터에게 글쓰기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다. 그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이미지를 외화(外化)하여 스스로를 치유하고 존재를 탐구한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억눌린 기억,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그리고 인간 내면의 고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내적 필연성에서 비롯된 창작물임을 강조한다. 오스터는 글쓰기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여정이라고 말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질문에 답하려 한다. 예컨대, 왜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왜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그의 모든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단순한 읽기의 즐거움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글쓰기 과정_치열함과 즉흥성의 조화
폴 오스터는 글쓰기를 하나의 음악적 리듬으로 비유하며, 단락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수없이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을 중시한다. 그는 단락을 완성하지 않으면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찾아간다고 말한다. 이는 작가로서의 철저한 자기 검열과 동시에 글쓰기 자체를 하나의 탐험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그는 글쓰기의 즉흥성을 강조하며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새롭게 발견되는 요소들을 적극 수용한다. 제목이 정해져야 글을 시작할 수 있는 오스터는 또한 “첫 문장이 없으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그 문장이 작품 전체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그는 매일 새롭게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간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작업 방식은 글쓰기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예술적 창작 과정임을 드러낸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하는 그의 글쓰기를 통해 독자들은 오스터가 창조한 텍스트의 리듬과 정교함을 느끼며, 그의 글쓰기가 얼마나 치열하고 섬세한 과정을 거쳤는지 체감할 수 있다.
독자와의 교감_이야기가 가진 힘
오스터는 책을 "작가와 독자가 가장 친밀하게 만나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그는 글쓰기가 단순히 작가의 내적 경험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와의 깊은 교감을 통해 확장된 의미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의 글은 보편적 인간 경험을 담아내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와 통찰을 제공한다. 오스터의 작품은 고통과 절망, 삶의 아름다움과 환희라는 이중적 감정을 탐구한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가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독자들에게도 보편적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이는 글쓰기가 작가 개인의 작업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글쓰기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존재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이러한 질문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독자들은 오스터의 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이는 글쓰기의 본질이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고, 인간 경험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폴 오스터의 『글쓰기를 말하다, 폴 오스터와의 대화』는 글쓰기가 예술로서 삶의 의미를 질문하고, 인간 존재와 본질을 탐구하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그의 글쓰기는 내적 강박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를 통해 독자와의 깊은 교감을 이루며 이야기가 가진 힘을 증명한다. 오스터는 자신의 책을 하나의 전집으로 묶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이 누군가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력을 하나의 대륙이라고 간주한다면, 내 작품 하나하나는 독립 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도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그리고 있는 단계입니다. 빠진 나라도 있고 탐험하지 않은 지역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하다 보면, 공백이 결국에는 다 채워지겠죠.” 문득 궁금해진다. 그는 결국 지도를 완성했을까. 아니면 미완성의 지도를 남겨 두고 떠났을까. 그런데 애초에 인간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이 누군가에 대해 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인간이 우주를 알 수 없듯이 소우주라 불리는 인간을 아는 것도 영원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남긴 지도가 완성이든 미완성이든 그 지도를 가지고 탐험하는 일이 즐거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워 폴 오스터를 읽는 동안 눈이 내렸다. 내가 만난 오스터를 당신도 만나길 바란다. 당신도 그의 이야기에 빠져 밤을 새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