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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Character)는 단순한 인물 설정법을 넘어, 작가들에게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의 이전 저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Story)가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와 원리를 탐구했다면, 캐릭터는 이야기를 이끄는 등장인물들의 본질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맥키는 강렬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인물의 배경이나 특성을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핵심 가치와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선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캐릭터는 왜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어떤 캐릭터는 금세 잊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분석하며,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비밀을 밝혀낸다.

     

     

    캐릭터의 본질

     

    맥키는 캐릭터의 본질이 '선택의 순간'에서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진정한 자아는 극한의 상황과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서 나타난다. 이것이 드라마가 필요한 이유다. 드라마는 캐릭터를 한계 상황으로 밀어붙이고, 그 속에서 그들의 본질을 드러내는 도구다. 맥키는 이를 "캐릭터의 본질적 순간"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정직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거액의 유혹 앞에서 보이는 반응이나, 도덕적이라 여겨지는 인물이 생존의 위협 앞에서 내리는 결정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캐릭터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맥키는 캐릭터 프로필을 단순히 채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인물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선택의 질'이다. 쉬운 선택은 캐릭터를 드러내지 못한다. 반면, '불가능한 선택'—동등하게 중요한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큰 대가를 요구하는 상황—은 캐릭터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러한 결정적인 순간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차원과 깊이

     

    맥키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 차원으로 생리적사회적심리적 요소를 제시한다.

    • 생리적: 성별, 나이, 외모, 건강 상태 등 물리적 특성
    • 사회적: 계급, 직업, 교육 수준, 종교, 정치적 성향
    • 심리적: 가치관, 도덕성, 야망, 두려움, 성격

    그러나 맥키는 이러한 요소들이 단순히 나열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캐릭터의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예를 들어, 신체적 결함(생리적)이 사회적 소외(사회적)로 이어지고, 이는 깊은 복수심(심리적)으로 발전하는 식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호작용이 입체적인 캐릭터의 기초를 만든다. 맥키는 또한 '캐릭터의 역설'에 대해 논한다. 완벽한 캐릭터는 매력이 없다. 진정한 매력은 모순과 결함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겉으로는 냉철한 판사가 내면에서는 정의와 현실 사이에서 고뇌한다거나,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가 정작 자신의 가족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모습이 그들의 인간미를 드러낸다.

     

     

    관계를 통한 변화

     

    캐릭터는 진공 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다. 맥키는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는 반드시 관계와 대립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야 한다. 진정한 갈등은 가치관의 충돌과 욕망의 대립에서 비롯된다. 주인공과 정반대의 가치를 지닌 인물, 같은 목표를 추구하되 완전히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인물, 혹은 주인공의 약점을 정확히 찌르는 인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립을 통해 캐릭터는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내적 갈등을 겪으며, 궁극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맥키는 특히 '캐릭터 아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외적 변화가 아니라, 캐릭터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적 여정 없이는 외적 사건도 의미를 잃는다. 더불어, 캐릭터 간 관계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 콘텍스트'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동일한 캐릭터라도 누구와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관계의 역학은 이야기의 깊이와 복잡성을 더하며,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맥키의 캐릭터는 인물 창조에 대한 기존 관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캐릭터는 고정된 특성의 집합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정의해 나가는 살아있는 존재다. 그의 통찰은 작가들에게 보다 깊이 있고 진실된 인물을 창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며,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완벽함이 아니라 결함과 모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맥키는 궁극적으로, 훌륭한 캐릭터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진리를 드러내며, 관객의 마음을 깊이 움직이는 존재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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