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스티븐 킹 <스탠 바이 미>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The Body)는 호러와 스릴러의 대가로 알려진 작가가 보여준 놀라운 성장소설이다. 1982년 발표된 '사계(Different Seasons)에 수록된 이 작품은 이후 영화 <스탠 바이 미>로 재탄생하며 더 큰 사랑을 받았다. 네 소년의 모험을 통해 성장과 우정을 그려내는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성장소설로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소설 창작의 모든 핵심 요소들이 녹아있다.

     

    이중 시점과 서술자의 예술


    《스탠 바이 미》
    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성인이 된 고디가 과거를 회상하는 이중 시점의 활용이다
    . 이러한 서술 방식은 객관적 관찰자와 주관적 참여자의 시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는 핵심 장치가 된다. 12살 소년의 순수한 시각과 작가가 된 성인의 성찰적 목소리가 교차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서술자는 때로는 현재의 사건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때로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러한 유동적 시점은 독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사건에 대한 다각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레이 브로워의 시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소년의 시점에서는 모험이지만, 성인의 시점에서는 순수성 상실의 상징이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서술자가 보여주는 감정선의 섬세한 표현이다. 청소년기 특유의 불안과 기대, 가족관계에서 오는 상처, 우정의 다양한 층위, 죽음에 대한 양가적 감정 등이 두 시점의 교차를 통해 더욱 풍부하게 표현된다.

     

    캐릭터와 대화의 미학


    스티븐 킹은 인물 묘사에 있어 탁월한 방식을 보여준다
    . 외모의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행동과 대화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며, 각 인물의 결점과 한계를 포함한 현실적인 캐릭터를 구축한다. 크리스의 가정환경, 테디의 트라우마, 버니의 열등감 등은 단순한 배경 정보가 아닌, 인물의 행동과 성장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대화의 활용도 매우 전략적이다. 각 인물만의 독특한 말투와 어휘 선택은 캐릭터성을 강화하고, 청소년기 특유의 은어와 비속어는 작품에 현실감을 더한다.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인물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며, 침묵의 순간까지도 의미 있게 활용된다. 특히 인물 간의 관계 묘사에서 킹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우정, 갈등, 경쟁, 존경 등 다양한 감정이 대화와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되며, 이는 인물들의 성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구조와 장소의 상징성


    《스탠 바이 미》
    는 여정의 서사와 성장의 서사가 절묘하게 결합된 구조를 보여준다
    . 시체를 찾아가는 물리적 여정은 동시에 성장의 상징적 여정이 되며, 이 과정에서 만나는 각각의 장소들은 깊은 상징성을 띤다. 철로는 인생의 여정이자 위험과 모험의 상징이 되고, 숲과 강은 성장과 정화의 공간이 된다.
    작품의 구조적 특징은 시간의 중첩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1960년대 미국 소도시라는 구체적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닌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기능하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서사는 원형적 이야기 구조를 현대적으로 변용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긴장과 이완의 리듬이다. 액션과 감정선, 유머와 비극, 일상과 모험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서사 리듬은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제 의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결론_진정한 이야기꾼의 조건

    《스탠 바이 미》는 기교와 진정성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작품이다. 스티븐 킹이 보여주는 다양한 창작 기법들, 이를테면 이중 시점의 활용, 캐릭터 구축, 대화의 활용, 상징과 구조의 설계는 모두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작가 지망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 기술적 측면을 학습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본질적 힘을 이해하는 것이다. 교훈적이거나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통찰을 전달하는 방식,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 열린 결말을 통해 여운을 남기는 기술 등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스탠 바이 미》는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라, 이야기꾼의 성장을 보여주는 메타적 교과서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진정한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배울 수 있다. 그것은 결국 기교와 진정성의 완벽한 조화일 것이다. 소설가가 작품을 쓰는 유일한 이유는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의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소설에서는 모든 동사가 ‘...... 했다’로 끝나는 거죠. 수백만 권이 팔리는 인기작가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목적에 쓸모가 있는 예술 형식은 종교와 소설, 그렇게 두 가지뿐이죠.”(2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