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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일반적인 글쓰기 지침서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은 킹의 자전적 이야기와 글쓰기에 대한 통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특별한 저작이다. 공포 문학의 거장이 4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깨달은 창작의 지혜를, 마치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하듯 진솔하게 들려준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치명적인 교통사고와 재활의 과정까지, 모든 경험을 글쓰기와 연결 지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그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조언들은, 글쓰기를 둘러싼 불필요한 신비화를 걷어내고 창작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1.  작가의 도구상자

    킹은 글쓰기를 목수의 작업에 비유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도구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첫 번째 도구는 '어휘력'이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단어의 사용을 경계한다. "가장 처음 떠오르는 단어가 대개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말한다. 과도하게 문학적이거나 현학적인 표현은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초기 작품에서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수식어를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문장이 선명해졌는지 설명한다. 두 번째 도구는 '문법'이다. 킹은 문법이 의사소통의 기본 도구라고 강조하면서도, 이것이 창의성을 제한하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능동태의 사용을 강조한다. 수동태는 문장을 약하게 만들고, 이야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문단 구성에 대해서도 독특한 견해를 보인다. 짧은 문단의 사용을 권장하며, 이는 현대 독자들의 읽기 습관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성'이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제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라고 조언한다. "ly로 끝나는 부사는 당신의 적"이라는 그의 유명한 말은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편집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며, 첫 초고에서 최종본까지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표현들이 제거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기본적인 도구들을 숙달하는 것이 모든 작가의 첫걸음이라고 킹은 강조한다.

     

     

    2.  창작의 일상성

    킹에게 글쓰기는 신비로운 영감의 산물이 아닌 철저히 일상적인 노동이다.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같은 목표량의 글을 쓴다. 영감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규칙적인 습관을 통해 글쓰기 근육을 단련한다. 그는 하루 2000 단어 쓰기를 실천하며, 이를 주말과 휴일에도 예외 없이 지킨다. 이러한 일상성이 바로 프로 작가의 자세라고 말한다. 심지어 그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재활 과정에서도 이 습관을 고수했다고 한다. 킹은 또한 첫 초고를 빠르게 써내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야기가 '신선할 때' 최대한 빨리 써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3개월을 첫 초고의 이상적인 집필 기간으로 제시한다. 이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이야기가 식어버리고, 작가는 흥미를 잃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들이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쓰였다고 말하며, 특히 '캐리'와 '미저리' 같은 작품들의 집필 과정을 상세히 공개한다. 작업 환경에 대해서도 그는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 문을 닫을 수 있는 자신만의 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텔레비전을 끄고,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그의 조언은 글쓰기를 신비화하는 대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3.  이야기의 발견

    킹은 전통적인 의미의 플롯을 중시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에게 이야기는 발견의 과정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고고학자처럼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발굴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나치게 상세한 개요나 플롯 구성을 경계한다. 대신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도록 두라고 조언한다. "인물이 살아있다면, 그들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그의 말은 유명하다. 킹은 자신의 대표작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든다. '샤이닝'은 콜로라도의 한 호텔에서 보낸 하룻밤의 경험에서, '미저리'는 팬과 작가의 관계에 대한 단순한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이런 작은 '상황'들이 어떻게 완성된 소설로 발전했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물론 이것은 무계획을 의미하지 않는다. 킹은 이야기의 큰 방향성은 가지고 있되, 세부적인 전개는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에 맡기라고 제안한다. 특히 그는 리얼리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환상적인 상황이라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은 철저히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철저한 리서치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는 마치 작가가 첫 독자가 되어,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발견해 나가는 여정과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야기는 생명력을 얻고, 독자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한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자, 창작이라는 신비로운 여정에 대한 실천적 안내서다. 킹은 글쓰기를 특별한 재능이나 신비한 영감의 영역에서 끌어내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상의 작업으로 만든다.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열정과 진정성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그의 조언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창작의 본질적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 자, 그럼 이제 글쓰기 앞에 주저하는, 두려워하는, 좌절하고 있는 우리에게 남겨 놓은 킹의 응원을 들어볼까.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 책의 일부분은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과정을 설명한 내용이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내용이다. 나머지는 허가증이랄까.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여러분도 해야 한다는, 그리고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여러분도 해내게 될 것이라는 나의 장담이다.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 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 부디 실컷 마시고 허전한 속을 채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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