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스토리 마스터 클래스

     

    존 트루비의 '스토리 마스터 클래스'는 할리우드의 유명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저자가 30년 이상의 시나리오 분석과 작법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창작 이론서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3막 구조나 캠벨의 영웅의 여정과 같은 전통적인 플롯 구조를 넘어,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스토리 구축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캐릭터 발전과 플롯의 유기적 통합을 강조하며, 이를 '유기적 스토리텔링'이라는 독창적인 방법론으로 발전시켰다. 트루비는 기존의 작법서들이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접근법을 취한다고 비판하면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에 기반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현대의 복잡한 인간 심리와 사회상을 더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기적 스토리텔링_플롯과 캐릭터의 통합

     

    트루비는 기존의 3막 구조나 영웅의 여정과 같은 외부에서 강제되는 플롯 구조를 거부하고, 캐릭터의 내적 욕망과 필요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유기적 구조를 강조한다. 그는 스토리가 마치 씨앗이 나무로 자라나듯 자연스럽게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욕망선(desire line)'과 '필요선(need line)'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욕망선은 주인공이 표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필요선은 주인공의 내면적 결함을 치유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작품의 주인공이 표면적으로는 사업적 성공이나 경쟁에서의 승리를 추구하지만(욕망선), 실제로는 자신의 완벽주의나 타인에 대한 불신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필요선). 트루비는 특히 '약점과 욕구'의 개념을 심도 있게 다룬다. 주인공의 심리적 약점이나 도덕적 결함은 단순한 성격적 특징이 아니라, 전체 이야기를 추동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약점은 주로 유년기의 상처나 트라우마, 잘못된 세계관이나 믿음 체계에서 비롯되며, 이것이 주인공의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어린 시절의 배신 경험이 성인이 된 후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현재의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야 한다. 더불어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주인공이 처한 '부족한 상태(deficit stat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불행한 상황이 아니라, 주인공의 잘못된 대처 방식이나 자기기만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주인공은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지만, 진정한 변화 대신 더 깊은 자기기만이나 잘못된 해결책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깨트리는 것이 바로 이야기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2단계 플롯 구조와 캐릭터 웹

     

    트루비의 22단계 플롯 구조는 기존의 3막 구조나 영웅의 여정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복잡한 캐릭터의 발전 과정을 담아낸다. 이 구조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캐릭터의 심리적 변화와 성장의 자연스러운 단계들을 보여준다. 시작은 주인공의 결함 있는 삶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결함이 단순한 약점이 아니라, 주인공이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된 안전지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를 두려워하는 주인공이 표면적인 성공이나 완벽주의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어지는 단계들은 주인공이 점차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기의 저항과 부정, 잘못된 방향으로의 시도들, 점진적인 깨달음의 순간들, 그리고 결정적인 전환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트루비는 이 과정에서 특히 '가짜 승리'와 '가짜 패배'의 순간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인공이 표면적으로는 성공을 거두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문제에 빠져드는 순간들, 또는 겉으로는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웹에 대한 트루비의 접근은 특히 혁신적이다. 그는 각각의 캐릭터가 주인공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주적(antagonist)은 단순한 방해꾼이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되어야 한다. 조력자들 역시 단순한 조언자나 돕는 이가 아니라, 주인공이 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캐릭터 웹을 통해 이야기는 단순한 선악의 대립을 넘어, 인간의 다양한 가능성과 선택의 결과들을 보여주는 풍부한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립의 체계화와 계시적 서사

     

    트루비의 대립 체계는 단순한 갈등 구조를 넘어선다. 그는 대립을 네 개의 동심원처럼 겹겹이 쌓인 층위로 파악한다. 가장 안쪽의 심리적 대립은 주인공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투쟁을 다룬다. 자신의 두려움, 자기기만, 잘못된 믿음 체계와의 싸움이다. 이는 모든 대립의 근원이 되며, 다른 층위의 대립을 통해 외면화된다. 그 바깥의 도덕적 대립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가치관의 충돌을 다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옳음'이 충돌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실을 말하는 것과 타인을 보호하는 것 사이의 갈등과 같은 상황이다. 사회적 대립은 이러한 내적, 도덕적 갈등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제도, 관습,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외화 되는 것이다. 마지막 층위인 영적 대립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룬다. 삶의 의미, 인간의 본질, 행복의 진정한 의미 등과 같은 주제들이다. 트루비는 좋은 이야기는 항상 이 네 층위의 대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대인 관계의 갈등으로, 다시 사회적 갈등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존재론적 질문들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루비의 '스토리 마스터 클래스'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이론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의 유기적 스토리텔링 접근법은 플롯과 캐릭터의 진정한 통합을 가능하게 하며, 22단계 구조와 캐릭터 웹은 보다 깊이 있고 복합적인 이야기 창작의 길을 제시한다. 특히 그의 방법론은 현대의 복잡한 인간 심리와 사회상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적합하다. 단순한 선악 구도나 평면적인 캐릭터를 넘어,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과 복잡한 관계성을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게 해 준다. 현대의 작가 지망생들은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단순한 플롯 구조나 캐릭터 설정을 넘어, 진정으로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트루비의 이론은 특히 장편소설이나 장편 시나리오와 같이 복잡한 구조의 작품을 쓰고자 하는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지침이 될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