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시드 필드의 '시나리오란 무엇인가'는 현대 시나리오 작법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이다.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시나리오 리더와 작가로 활동한 필드는 수많은 성공적인 영화들의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시나리오 구조의 원칙을 체계화했다. 특히 그의 '패러다임' 이론은 3막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구체화하여,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이 책은 시나리오의 기본 요소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시나리오의 패러다임_3막 구조의 현대적 해석
필드가 제시하는 시나리오 패러다임은 전통적인 3막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그는 120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각 막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1막(설정)은 1-30페이지, 2막(대립)은 30-90페이지, 3막(해결)은 90-120페이지로 구성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각 막을 연결하는 '플롯 포인트'의 개념이다. 제1 플롯 포인트는 1막과 2막 사이에서 이야기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사건이며, 제2 플롯 포인트는 2막과 3막 사이에서 최종 결말을 향해 이야기를 추진시키는 사건이다. 필드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인간이 이야기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보편적인 방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각 막은 그 자체로 시작, 중간, 끝을 가지며, 이는 마치 음악의 화음처럼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그는 2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많은 작가들이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2막을 두 부분으로 나누고, 그 중간에 '미드포인트'를 배치할 것을 제안한다. 미드포인트는 주인공의 행동 방향이나 관점이 변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또한 필드는 각 막의 기능을 명확히 정의한다. 1막은 주인공과 그의 일상 세계를 소개하고, 이야기의 주요 갈등을 설정한다. 2막에서는 주인공이 직면한 문제나 장애물이 점점 더 커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며, 3막에서는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최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캐릭터 구축과 발전_드라마틱 니즈
필드는 캐릭터를 시나리오의 핵심 요소로 보며, 특히 '드라마틱 니즈(dramatic needs)'의 개념을 강조한다. 드라마틱 니즈는 주인공이 영화 전체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나 욕망을 의미하며, 이는 반드시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이 드라마틱 니즈는 외적 니즈와 내적 니즈로 나눌 수 있는데, 외적 니즈는 캐릭터가 표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며, 내적 니즈는 그 과정에서 캐릭터가 깨닫게 되는 진정한 욕구를 의미한다. 필드는 캐릭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한다. 그는 캐릭터의 인생을 전기적(biographical), 전문적(professional), 개인적(personal)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할 것을 권장한다. 전기적 측면은 캐릭터의 과거 경험과 성장 배경을, 전문적 측면은 직업과 관련된 능력이나 태도를, 개인적 측면은 현재의 관계와 생활 방식을 다룬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입체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캐릭터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캐릭터는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는 사건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를 위해 필드는 각 주요 사건이 캐릭터에게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설정할 것을 권장한다.
장면(Scene) 구성과 시퀀스_시나리오의 기본 단위
필드는 장면을 시나리오의 기본 건축 단위로 보면서, 각 장면이 가져야 할 세 가지 필수 요소를 제시한다. 첫째는 '목적'으로, 각 장면은 반드시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는 '구조'로, 장면 자체가 시작, 중간, 끝을 가져야 한다. 셋째는 '극적 가치의 변화'로, 장면이 끝날 때는 시작할 때와 다른 상황이 되어야 한다. 시퀀스에 대해서는 더욱 상세한 분석을 제공한다. 시퀀스는 2-3개의 장면이 모여 하나의 드라마틱한 단위를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데, 필드는 이를 '미니 영화'에 비유한다. 각 시퀀스는 자체적인 설정, 대립, 해결 구조를 가지며, 이것이 더 큰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는 효과적인 시퀀스 구성을 위해 '빌드업(build-up)'과 '페이오프(pay-off)'의 개념을 강조한다. 빌드업은 긴장을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과정이며, 페이오프는 그 긴장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또한 필드는 장면 전환의 기술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룬다. 각 장면은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시각적, 청각적, 주제적 연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는 '플랜팅(planting)'과 '페이오프'의 개념을 통해, 앞선 장면에서 심어둔 요소들이 나중에 의미 있게 회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드 필드의 '시나리오란 무엇인가'는 시나리오 작법의 기본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면서도, 이것이 창의성을 제한하는 규칙이 아닌 창작을 돕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패러다임 이론은 수많은 성공적인 영화들을 통해 검증되었으며, 특히 시나리오 초심자들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에게 구조적 사고의 틀을 제공하면서도, 그 안에서 창의적 자유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