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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30여 년간의 소설가 생활에서 얻은 통찰과 경험을 담백하게 풀어낸 에세이이다. 이 책은 창작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을 다루면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하루키는 작가로서 필요한 자질과 습관을 비롯해 일상적 루틴과 체력 관리에 이르기까지 소설가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그의 조언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낭만적이고 이상화된 이미지를 배제하고 현실적인 작가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재즈 바 운영자로 일하다가 작가로 전향한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루키는 작가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균형 있게 탐구한다.
소설가의 자질_재능과 집중력
하루키는 소설가에게 필요한 자질로 '재능'과 '집중력'을 꼽는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재능은 단순히 타고난 문학적 감각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지속적인 이야기 창작을 위한 체력,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정신력, 그리고 독특한 시각을 유지하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재능은 그것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는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특별한 문학적 재능이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문체와 이야기 방식을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집중력에 대해서는 마라톤 선수에 비유하며, 마라톤 선수가 꾸준한 훈련으로 체력을 키우듯, 작가도 매일 일정 시간 동안 글쓰기에 몰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집중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무라카미는 이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과 체력 관리를 필수적으로 여긴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4~5시간 동안 글을 쓰고, 오후에는 운동을 하는 철저한 루틴을 지킨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상의 리듬은 창작의 리듬으로 연결되고, 이는 작품의 질을 결정짓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관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가의 재능은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보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력은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훈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항상 깨어 있는 감각과 호기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작의 본질_리듬과 즐거움
하루키에게 소설 쓰기의 핵심은 '리듬'과 '즐거움'이다. 소설의 문체는 작가의 호흡과 일치하는 고유한 리듬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 리듬은 문장의 길이나 구조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의 방식, 장면 구성의 템포, 전체 서사의 흐름을 포함한다. 재즈 음악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즉흥성과 규칙성의 균형을 특히 강조한다. 소설은 계획된 구조를 따르되, 그 안에서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키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힘들고 고독한 작업이라도 그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찾지 못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본다. 이 기쁨은 독자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즐겁게 쓴 글은 독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 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쓸 당시, 아무런 제약 없이 순수하게 글쓰기를 즐겼던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한다. 또한 그는 창작 과정에서 '우연성'과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나치게 철저한 계획은 작품의 생명력을 해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글을 쓰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종종 허용하며, 이러한 즉흥성이 작품에 새로운 차원을 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재즈에서 즉흥 연주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작가의 일상_고독과 체력
하루키가 특히 강조하는 현실적인 측면은 작가의 일상 관리이다. 그는 소설가의 삶이 기본적으로 고독한 작업임을 인정하며, 이를 견딜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은 소설가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창작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이 고독을 '창조적 고독'으로 명명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체력 관리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그는 매일 달리기나 수영을 하면서 체력을 관리하는데, 이는 단순한 건강 관리가 아니라 창작의 직접적인 동력이 된다고 본다. 체력은 집중력의 기반이 되며, 장시간 고독한 작업을 견디게 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10km를 달리는 것처럼 작가도 자신만의 체력 관리 루틴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그는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루키는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오후에는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일찍 잠드는 생활을 철저히 지킨다. 이러한 일상의 리듬이 창작의 리듬으로 이어지고, 결국 작품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자신만의 '황금 시간대'를 찾아 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문학적 기교나 이론적 접근보다는 지속 가능한 창작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과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루키는 영감이나 재능에만 의존하는 낭만적 작가상을 거부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이 책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소설가라는 직업의 현실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자신의 창작 습관과 일상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루키의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이 책의 본질을 요약할 수 있다. "만약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보세요. 세상은 따분하고 시시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멋진 점은 이런 원석들이 기본적으로 공짜라는 사실입니다. 올바른 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선택과 수집은 무제한입니다."